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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3) 세월호 사고 관련 교수학술4단체 공동 추모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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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1 11:35 조회7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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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술4단체 공동성명서>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무엇보다도 먼저 세월호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해드린다. 이제 갖 피어난 인생의 꽃봉오리들, 그 젊은 생명들이 아무런 잘못 없이 바다 속에 갇힌 것을 생각하면 참담하지 않을 수 없다. 주체하기 힘든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 앞에서 슬픔과 분노를 밖으로 꺼내놓는 일조차 조심스럽기만 하다. 젊은 날 가장 아름답게 기억될 추억만들기 여행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넋 놓고 기다려야 하는 가족들의 절망에 안타까울 뿐이다. 기적같은 생환을 여전히 기다리며 희망의 끈을 차마 놓지 못하는 고통이기에 시시각각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은 가슴 한 편을 무너져 내리게 한다. 그렇지만 이럴수록 우리는 냉정하게 사건을 들여다보고 그 원인을 따져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되거나 덧없지 않을 수 있다.

자고로 모든 사고에는 원인이 있다. 세월호 사고와 그에 따른 희생에도 그 원인이 여러 수준에 걸쳐 있으며, 이는 크게 기술적, 제도적, 그리고 문화적 원인들로 나눌 수 있다. 사전대처단계에서의 기술적 원인으로는 조타장치의 이상과 설계변경에 따른 구조이상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기술적 원인들을 직접 점검하는 역할을 맡은 소수 전문인력의 제한된 범위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인력을 포함한 보다 넓은 주체들이 검증, 감독, 규제하도록 하는 역할들을 강제하는 장치가 제도이다. 즉 제도적으로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왜 사전에 점검되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선박의 기계적 장치를 점검하거나 구조변경 시에 이를 미리 검토하도록 하는 제도가 다양한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특히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수시로 제도를 변경하도록 한 것들이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다른 한편 앞서 언급한 기술적 점검의 기제들과 그러한 점검을 강제해 내는 제도적 장치들이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화적 장치들이다. 다양한 영역의 기술적 역할들이 서로 보완 견제하도록 하는 제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하나의 체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에 참여하는 주요 주체들과 사회구성원 모두가 일관된 언어 및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문화적 규범의 작동을 주도적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맡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기술자격증과 해운제도는 있되, 이들을 관통하는 문화와 규범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현실을 지켜보고 있다. 기계의 부속품처럼 교체 가능한 비정규직으로 메꾸어지는 전문인력, 과도한 투자손실에 따른 압박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운영인력, 그리고 보신이 되는 한 좋은 게 좋은 것으로 처리하는 행정인력들만이 모여 있는 한, 기술적 점검의 기제와 이를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들에서 주요 의미 및 핵심가치는 모두 빠져버린 채 형식적 언어로 포장된 껍데기만 남아 있음을 보게 된다. 결국 이번 세월호의 침몰과 같은 극단적 재난상황을 통해 우리 사회의 대응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할 수 있는 지를 실감하면서, 매뉴얼이 아무리 있어도 지켜지지 않고, 체계가 아무리 정교하게 구성되어도 가동되지 않는 국가위기관리능력의 한계와 그 실상을 지적하는 외국 언론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사고의 피해자와 유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깊이 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다음 몇 가지를 정부에 요구한다.

당장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은 시작일 뿐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명백히 규명하고, 이와 같은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회사와 관련 책임자들을 가려내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가장 기본적인 조치일 뿐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아픔이 단지 희생자 가족만의 아픔이 아니고 우리 세대 전 국민의 아픔이듯이, 세월호의 침몰은 일개 여객선의 침몰이 아니며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시스템의 침몰에 다를 바 아니다. 그렇다면, 세월호 사고의 원인에 대한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일개 선박회사의 부실한 관리와 경영에 대한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결코 한정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미 십팔년 된 세월호가 수입되어 다시 10년 넘게 우리나라 바다를 누비며 사람들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준 정부와 그 최고책임자는 누구였는가? 선박의 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증축이 어떻게 가능했으며, 구명보트가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버젓이 출항할 수 있었는가? 경제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이윤의 극대화를 마치 최고의 가치인 양 주장하며, 이러한 경제활성화의 미명 아래 각종 규제의 완화를 설파하고 있는 현 정부는 과연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할 수 있는가? 경제규모의 증대를 위해,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거침없이 달려들어 위험한 거래라도 마다하지 않은 어리석음에 대한 너무도 값비싼 대가를 우리 사회가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등의 질문들을 같이 물어야만 한다.

정부의 무능한 재난대응과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뻔뻔함을 규탄한다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과 직무유기는 마땅히 법의 기준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장과 승무원이 이번 사건 구성의 한 조각이 될 수는 있어도 전체 그림이 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급박한 재난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대응방안의 총체적인 부실함을 넘어서서 아무도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안전문화규범의 부재함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일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다 하여 선장과 일부 승무원의 무책임함과 비도덕성에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고, 해경을 비롯한 재난대응관련 정부부처만 비켜갈 수는 없다. 특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시 태어나야 하는 이러한 국가적 문제를 접해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갖는 최고통치자가 없이는 앞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희망이 없다. 우리가 져야 할 공동책임에 대해 진솔히 사과하고 앞장서 규범을 지키는 지도자가 없는 한, 우리 사회의 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도 대통령이 되어서 단지 비난의 표적을 찾기에만 급급하다면, 현재 우리 국민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는 고통과 슬픔은 곧바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분노로 바뀔 것이다.

가치의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너무 숨가쁘게 앞만 보며 달려왔다. 달리는 동안 내 발에 걸리는 것이 돌부리인지 내 친구와 동료의 몸뚱이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남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 내달리기를 강요받아왔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의 우선순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경비절감을 위해 낡은 선박을 사들여 개조하고,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더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선박을 개조하고, 경영과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선장과 승무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한, 정부와 그 최고책임자가 입으로만 내세웠던 시민의 안전이나 행복과 같은 가치는 그 실행체계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고, 그에 따른 희생을 다시금 강요받게 될 것이다. 후진사회란 다른 것이 후진적인 사회가 아니다. 바로 그 지탱하는 가치가 후진적인 사회이다.

다시 한 번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들을 마음 깊이 애도하며 유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해드린다. 지금의 희생이 결코 헛되이 잊혀지지 않도록, 지금껏 우리에게 희생을 초래하게 한 가치들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강요해온 관행들을 이제 스스로 돌아보고, 다시 새롭게 지속가능한 가치들을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최고통수권자가 진심으로 앞장서기를 촉구한다.

2014년 4월 28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공동의장 백도명, 송주명, 양해림, 서유석, 김규종)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유병제)
학술단체협의회(상임대표 김인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정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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