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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기자회견문] 부산대학은 인문대학 구조조정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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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11 11:33 조회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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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학은 인문대학 구조조정을 중단하라

 

 

부산대학 본부는 얼마 전 ‘2학기 학사과정 강좌개설 편성 지침’(이하 ‘지침’)을 개별 학과에 내려 보냈다. 그 지침의 목표는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지표로 활용된다. 지침의 요지는 수강인원을 늘리고, 분반을 억제하고, 전임교원이 맡을 수 없는 강좌 개설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대학 본부는 교양교과목뿐 아니라 전공교과목의 이론강의 1개 분반 수강인원을 60명 기준으로 편성하라고 한다. 강의실 수용인원이 60명 이상인 강의실에는 기준 초과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교육과정 운영 및 편성규정” 제 17조 4항(“전공과목 중 이론강의의 1개 분반 수강인원은 40명 이내를 원칙으로 하고, 60명이 넘지 않도록 한다.”)에 어긋난다. 상위의 ‘규정’을 하위의 ‘지침’이 무시하는 무리를 개별 학과에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에서 과목을 개설할 경우에는 해당 부서장 명의의 팀티칭(3명 이상 참여)과목으로만 개설하고, 개설강좌 수도 1개 분반으로 제한하겠다고 한다. 이는 연구소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강의하는 곳이 대학이다. 대학 본부는 연구소를 연구 결과를 강의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연구소로 만들고자 한다.

 

 

2개 분반 이상의 강좌는 동일 시간대에 편성하고 공동출제, 채점하라고 한다. 이는 교수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지침이다. 2개 분반 이상의 강좌를 맡는 교수는 한 몸인가? 그리고 동일 분반을 동일 시간대에 일률적으로 편성하게 되면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도 침해된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2개 이상 분반일 경우 30명 단위로 폐강하겠다고 한다. 이는 대학 본부가 2012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 위반이다. 협약안은 “교양강좌의 폐강기준을 25명으로 한다”로 되어 있고, 여기에는 2개 이상 분반이란 조건이 없다. 법마저 무시한 지침인 것이다.

 

 

대학이 밝히고 있듯이, 20명 이하 강좌비율이 높을수록 대학평가지표가 좋아진다. 20명 이하 강좌수 비율을 보면, 부산대학은 28.4%이고, 국공립대 평균은 35.4%이다. 그리고 51명 이상 강좌수 비율은 부산대학 16.2%, 국공립대 평균은 15.2%이다. 지표만 보면 부산대학은 20명 이하 강좌 수를 더 늘리고, 51명 강좌 수를 더 줄여야 한다. 그런데 왜 대학 본부는 60명 이상 강좌수를 늘리려고 하는 것일까?

 

 

이런 의구심이 있다. 대학 본부는 인문대학에 다음 2학기에 80여개의 강좌를 감축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수강 인원을 60명으로 하라는 대학 본부의 지침은 인문대학에서 개설한 강좌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수와 학생들의 수업권은 뒷전이다. 초중등학교도 이런 식으로 수업을 하지 않는다. 인문대학 강좌의 특성과 수업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대학평가지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부산대학의 이번 지침을 인문대 교수들이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 본부는 인문대 교수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그들이 체제에 편입되어 순응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모멸감까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왜 그들을 모욕하는가? 왜 그들을 지식인이 아니라 그저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직장인으로 전락시키는가? 우리는 다음 학기 인문대 학과들이 대학 본부의 지침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조사해서 공개할 것이다.

 

 

심지어 부산대학은 책임시수 초과 1시간당 50만원씩 최대 150만원, 60명 이상 강의 시 가산금, 논문연구 포함 12시간 이상인 교원은 50만원, 학부 전공이론 3학점 포함 책임시수 충족교원 중 교양과목을 담당한 교원에게는 3시간 한도로 시간당 25만원을 지급하는 기성회 교육활동 성과급 안을 마련하였다. 이 조건들은 모두 대학의 강의 환경을 훼손하고 시간강사들을 대학 밖으로 내쫒아야 하는 것들이다. 이제 부산대 교수들은 성과급을 받으려면 저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한국의 남성 문화에 상대를 룸살롱에 데려가 망가뜨림으로써 같은 편으로 만드는 악습이 있다고 한다. 정부 지원금에 목을 매는 대학 본부! 성과급을 받기 위해 강의 환경을 파괴하고 제자들을 죽여야 하는 교수들! 이제 부산대학에서는 최소한의 염치마저 사라질 것인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지금 부산대학에서 결정권을 가지신 분들, 이분들 인문사회대 교수들이다. 그러니 스스로 자신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할 것인가? 그런데 물어보자. 이번 구조조정으로 대학에서 쫓겨나는 시간강사들은 누구인가? 누가 이들을 대학원에 입학시켰고, 누가 이들에게 학위를 수여했으며, 누가 이들에게 강의를 배정했는가? 그런데 이제 와서 대학을 나가라고? 그럼 그동안 싸게 부려먹기 위해서 그들에게 학위를 수여했단 말인가? 이들이 스승인가? 어떤 스승이 자기 살자고 제자를 죽이는가? 가슴 아프지만 대학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웃으면서 살인을 하는 것은 안 되지만, 가슴 아파하면서 살인하는 것은 되는가?

 

 

이분들, 자신들이 지금 이러는 건 부산대학이 대학평가를 잘 받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 자신들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들이 아이히만과 뭐가 다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이히만은 나치의 유대인 집단 학살의 최종 책임자였지만, 악마가 아니라 그저 히틀러의 명령을 충실하게 집행한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고 한다. 시스템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스템을 사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나 아이히만과 동일한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한나 아렌트는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는 빛나는 말로 나타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는 부산대학 본부가 개별학과에 발송한 ‘2학기 학사과정 강좌개설 편성 지침’이 인문대학에 대한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물음을 던졌지만 대학 본부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 부산대학에서, 국립 부산대학에서 인문대학 구조조정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이는 인문대학의 가치와 국립대의 존재 근거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누가 대학을 떠나야 하는가? 대학에서 쫓겨나야 할 자들은 누구인가?

 

 

이에 우리는 부산대학이 대학의 강의환경과 연구환경을 파괴하는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수강인원 기준을 60명으로 하라는 지침을 철회하라.

하나, 2개 이상 분반을 동일 시간대 편성하라는 지침을 철회하라.

하나, 연구소에서 개설하는 강좌를 축소하라는 지침을 철회하라.

하나, 2개 이상 분반 폐강 기준을 30명으로 하라는 지침을 철회하라.

하나, 부산대학은 인문대학 구조조정을 중단하라.

 

 

2013년 6월 26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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